어제는 할머니 제사라 밤을 기다려 제사를 지냈다. 기억도 안나는 어려서부터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제사를 지내다보니 이제는 특별히 외우지 않아도 어느 상자리에 무슨 접시를 놓아야 할지 눈감고도 딱인지도 벌써 십년은 된 것 같다.

종교적인 이유로, 또는 여러가지 이유로 제사를 지내지 않는 집들도 많은 것 같다. 제사도 워낙 많다보니 조금씩 간례화되거나 횟수를 줄이거나 하는 방식으로 조금은 현대 사회에 맞추어 조금씩은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발맞추어 변화되어간다는 생각도 들고.


제사라는 행사가 처음 생겼을 때는 돌아가신 선조를 기리며 한 번 다시 나의 뿌리를 기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짐과 동시에, 가족들이 모일 기회를 만들어 둘러앉아 음식을 놓고 담소를 나누고 조상을 기억할 수 있게 해줌이 그 목적이었을테니, 현대 사회에 맞게 조금씩은 변하더라도 그 의의를 충분히 되새길 수 있다면 우리 문화와 역사를 버리는 것은 아닐꺼라고 생각한다. 오히려 보존하는 길일꺼라는 믿음도 조금-.


내가 어릴 때는 매번 제사 준비로 힘들어하시는 엄마와 잘 도와주지 않는 친척들을 원망하기도 했었고, 둘째나 셋째라도 제사를 준비하는 날에 도와주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던 것이 사실이다. 하지만 또 막상 시간이 흐르고, 나의 친구나 아는 사람들이 그런 입장이 되자 다른 시각에서 이 현상을 볼 수 있게 된 것도 같다. 20년이 넘는 성장기를 제사라는 문화에 대한 접촉 없이 지낸 수많은 사람들은 제사를 위해 큰 집에 가서 음식준비를 하는 행동 자체가 바쁘고 시간없는 현실에서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지거나, 혹은 의미가 있더라도 그들의 선택이지 자신과는 큰 상관은 없는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. 만약 내가 제사를 지내는 집의 맏며느리로 가게 되더라도, 둘째 며느리가 제삿날 오지 않더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-.

추석날 차례도, 잦은 제사도 미래에는 얼마나 더 지켜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.
Posted by Crispy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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